Wednesday, June 18, 2008

논문을 왜 쓰는가?

너무 오래 한 편에만 매달려 있다보니 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러가지로 배운 게 많으니 조금씩 정리를 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생각날때마다 한 가지씩 정리해 볼까 싶다.

첫 번째로 생각해 봐야할 점: 논문을 왜 쓰는가?



요즘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학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로 논문의 양과 질을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실적 쌓기용의 논문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오죽하면 spamference라는 조소섞인 말도 있고, 이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던 SCIgen사건도 있었겠는가.


여하튼, 논문이 학자, 연구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논문은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쓰는 것도, 업적을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댓가도 아니다. 논문을 쓰는 목적은,
다른 사람들이 내가 발견한 새로운 것, 또는 나의 새로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
이다. 애초에 학회지라는 건 학자들간에 개인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던 서신을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 진게 아니던가...



그러므로, 논문을 쓸 때는 다른 사람들이 읽기 쉽게 써야 한다. 내가 많이 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일을 했음을 과시하는 것도 아니기에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논문을 많이 읽을 수 있게 하겠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 되겠다.

다음과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1) 기본적으로 독자들은 당신의 연구에 관심이 없다.

논문을 읽게 되는 사람들도 다들 바쁜 사람들이고, 특별히 논문에서 다루는 주제에 관심이 있거나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논문의 존재 자체에도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논문을 읽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2) 그러므로, 읽기 불편한 논문은 읽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논문을 꼼꼼히 보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수없이 많은 논문이 나오고 모든 논문을 꼼꼼히 읽는 사람은 없다. 이럴 때 읽는 도중 막히는 부분이 많은 논문은 그냥 안 읽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자들은 그리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 이는 리뷰어들도 마찬가지이다.

3) 친절한 논문이 읽힌다.

논문을 쓰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자칫 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생긴다. 저자가 아닌 이상, 논문 내용은 새로운 것이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당연한 듯 넘어가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아는 내용이라도 적당히 확인해 주는 경우에는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4) 재미있는 논문이 읽힌다.

심지어 자신과 관련이 크게 없는 논문이라도, 직관적으로 재미있는 논문이 읽힌다. 그저 심심풀이로라도 읽을 수도 있다.

논문을 잘 쓰는 것은, 쉽게 읽힐 수 있는 논문을 쓰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할 것은, 논문은 다른 사람이 읽도록 하기 위해 써야한다는 것이다. 읽히지 않는 논문은 근본적으로 존재 가치가 없다.

<삽입된 그림과 본 게시물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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